전경철 자폐 아들 시한부
- 전경철 자폐 아들


중증 자폐 아들을 20여 년 넘게 홀로 키워온 아버지 전경철 씨의 사연이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상황에서도 자신의 생명보다 아들의 미래를 먼저 걱정했던 전경철 씨는 아들이 자신을 잊더라도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는 마지막 당부를 전했다.


지난 12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355회에는 간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전경철 작가가 출연했다. 전경철 씨는 27세 중증 자폐 아들 제원 씨를 20여 년 넘게 홀로 키워온 싱글파파다.


전경철 씨는 아들을 두고 “1999년생이고 제 눈에는 잘생긴 귀공자 청년”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의학계에서 진단한 정신연령은 2.3세”라며 “27년 동안 두 살 아이를 키우는 기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성인이 된 아들의 몸과 어린아이와 같은 정신연령 사이에서 전경철 씨의 돌봄은 매 순간 쉽지 않았다. 특히 체중 관리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전경철 씨에 따르면 아들은 한때 체중이 160kg까지 증가했지만 현재는 90kg을 유지하고 있다. 무려 70kg을 감량한 셈이다. 먹는 것을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운 아들의 체중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부자 사이에 격한 충돌도 발생했다. 전경철 씨는 “먹을 것을 왜 안 주냐고 손톱으로 잡아뜯었다”며 팔에 흉터가 남을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냉장고에 쇠사슬 자물쇠를 걸어놓을 정도로 치열한 싸움을 이어간 이유는 아들의 건강 때문이었다. 그는 의사로부터 비만이 단순한 체중 문제가 아니라 생사의 문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어떤 아빠가 방치하겠느냐. 정말 목숨 걸고 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경철 씨의 삶에는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자폐 아들을 돌보는 동시에 치매와 뇌경색을 앓는 어머니까지 보살피던 중 자신마저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것이다.


치료하지 않을 경우 남은 시간이 약 6개월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전경철 씨는 자신의 치료보다 아들의 미래를 먼저 생각했다. 그는 “아빠 없이 살 곳을 찾아야 했다”며 처음에는 치료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6개월 안에 아들이 지낼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전경철 씨는 1년 넘게 무려 1000곳을 찾아다녔지만 아들을 받아줄 곳을 찾지 못했다. 중증 자폐 장애인의 경우 돌봄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 부담이 크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전경철 씨는 글을 쓰고 방송에 출연하며 아들의 사연을 세상에 알렸다. 이후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 후원이 이어졌고 마침내 아들이 생활할 수 있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게 됐다.


현재 제원 씨는 새로운 거처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철 씨는 아들의 근황에 대해 “지금 잘 지내고 있다.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찾아 헤맨 아들의 ‘네버랜드’를 마침내 찾은 순간이었다.


전경철 씨는 아들과 일부러 거리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성인이 된 아들이 부모의 품을 계속 그리워하기보다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성인이 독립했는데 계속 부모 품을 그리워하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힘이 되겠느냐”며 “서서히 잊히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들이 자신을 완전히 잊는 것을 바라는 마음이 쉽지만은 않다고 털어놨다. “행복하게 살아라. 아빠라는 존재는 잊고 네 행복만 위해 살라고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그건 쉽지 않은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나중에라도 희미하게 기억나는 나이 많은 남자가 있었는데,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맛있는 걸 많이 해주던 사람이었다고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며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득 그리운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경철 씨는 “제가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듯 아들의 존엄을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27년 동안 아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쳐온 아버지. 이제 전경철 씨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자신이 없는 세상에서도 아들이 안전하게 살아가며 행복을 누리는 것, 그리고 언젠가 아들이 자신을 떠올렸을 때 따뜻했던 아버지의 기억만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