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판석 감독 별세 | 안판석 감독 빈소
- 안판석 감독 별세


‘하얀거탑’, ‘밀회’, ‘아내의 자격’,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을 연출한 안판석 감독이 별세했다. 한국 드라마의 한 시대를 대표했던 연출가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방송가와 동료 배우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안판석 감독은 2026년 8월 12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65세다. 방송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암 진단을 받은 고인은 투병을 이어오던 중 지난달 뇌출혈로 쓰러져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이후 병세가 악화되면서 끝내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될 예정이다. 장례 절차는 13일부터 진행되며 발인은 15일 오전 9시 30분으로 알려졌다. 유가족의 뜻에 따라 장례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안판석 감독은 별세 직전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마지막 연출작으로 알려진 ENA 드라마 ‘연애박사’의 방송을 앞두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연애박사’는 추영우와 김소현 등이 출연하며, 안판석 감독 특유의 섬세한 인물 묘사가 기대됐던 작품이다.


안판석 감독은 1961년생으로 세종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MBC에 입사해 방송 연출의 길을 시작했으며, 이후 프리랜서 감독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초기에는 ‘짝’, ‘장미와 콩나물’, ‘아줌마’, ‘현정아 사랑해’ 등을 연출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하얀 거탑’을 시작으로 안판석 감독의 작품 세계는 더욱 뚜렷해졌다. 의학계 내부의 권력과 경쟁을 다룬 ‘하얀 거탑’은 현실적인 인물 묘사와 긴장감 있는 연출로 큰 호평을 받았다. 씨네21 작품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안 감독은 ‘하얀 거탑’을 비롯해 ‘아내의 자격’,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졸업’, ‘협상의 기술’ 등 다수의 작품을 연출했다.


안판석 감독의 대표작 가운데 ‘아내의 자격’과 ‘밀회’는 한국 드라마에서 현실적인 멜로와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특히 2014년 방송된 ‘밀회’는 클래식 음악을 매개로 한 남녀의 사랑을 그리면서도 계층과 욕망,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냈다.


이후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는 상류층 사회를 풍자했고,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봄밤’에서는 일상적인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사랑과 갈등을 현실감 있게 담아냈다. 2024년에는 ‘졸업’을 선보였으며 2025년에는 이제훈 주연의 ‘협상의 기술’을 연출했다. ‘협상의 기술’에서도 기업 인수합병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조직 안의 경쟁과 인간관계를 긴장감 있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판석 감독은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현실적인 대사, 인물 사이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화면에 담아내는 데 강점을 보여왔다. 화려한 사건을 앞세우기보다 인물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차분하게 따라가는 연출은 ‘안판석표 드라마’라는 고유한 색깔을 만들었다.


안판석 감독의 마지막 작품은 ENA ‘연애박사’가 될 전망이다. 작품은 한때 수영선수였지만 병으로 왼쪽 다리를 잃은 남성과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여성 대학원생의 로맨스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추영우와 김소현이 주연을 맡았다.


약 40년 가까이 방송 현장을 지켜온 안판석 감독은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면서도 사람의 감정과 관계를 중심에 놓는 연출을 고수했다. ‘하얀 거탑’의 치열한 권력 다툼부터 ‘밀회’와 ‘봄밤’의 섬세한 멜로까지 작품마다 다른 이야기를 선보였지만, 인물의 감정을 세밀하게 포착한다는 공통점은 분명했다.


한국 드라마계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안판석 감독. 이제 고인의 마지막 작품 ‘연애박사’가 시청자들과 만나게 되면서, 오랜 시간 안 감독이 만들어온 작품 세계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방송가와 배우들은 갑작스럽게 떠난 거장의 빈자리를 애도하며 고인이 남긴 작품들을 통해 추억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