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스캐너
- 친일파 스캐너

광복절을 전후해 온라인에서 이른바 ‘친일파 스캐너’가 빠르게 확산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신의 성씨와 본관을 입력하면 같은 본관을 가진 독립유공자와 친일반민족행위 관련 인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가 등장하면서다.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자신의 가문과 역사적 인물의 기록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친일파 스캐너’는 이용자가 성씨와 본관을 입력하면 관련 인물들의 정보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독립유공자 정보와 일제강점기 친일 행적이 기록된 인물 등을 함께 확인할 수 있어 이용자들이 자신의 본관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을 비교해 살펴볼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생각보다 독립운동가가 많아 놀랐다”, “같은 본관에 이런 인물이 있었는지 몰랐다” 등의 반응과 함께 검색 결과를 공유하는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특정 인물이 친일 관련 명단에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현재의 후손까지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일파 스캐너’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진 배경에는 배우 하영의 증조부를 둘러싼 논란도 자리하고 있다. 하영은 한 방송에서 증조부부터 할아버지, 아버지, 언니까지 의사가 이어진 집안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특히 증조부가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한 뒤 서울에서 의원을 운영했으며 왕실 의료에도 참여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받았다.
이후 온라인에서는 하영의 증조부로 알려진 의사 안상호의 일제강점기 행적을 추적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안상호가 1916년 조직된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포함됐다는 기록이 공유되면서 친일 논란으로 번졌다.

논란 초기 소속사 측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그러나 이후 자료를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안상호가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포함된 기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입장을 수정했다.
소속사는 충분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한 채 대응한 점에 대해 사과했고, 하영 역시 관련 자료를 검토한 뒤 후손으로서 사과의 뜻을 밝혔다. 다만 역사학계에서는 특정 단체의 명단에 이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인물의 모든 행적을 단정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친일 여부를 판단하려면 당시 활동 내용과 구체적인 행적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친일파 스캐너’를 이용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은 성씨와 본관이 같다는 사실만으로 직접적인 혈연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는 같은 성씨와 본관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검색 결과에 등장하는 인물이 이용자의 실제 조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실제 혈연관계를 확인하려면 족보와 가족관계 자료, 역사 기록 등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또한 과거 조상의 행적을 현재를 살아가는 후손 개인의 책임과 동일시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고 기억하는 것과 후손에게 도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알려진 ‘친일파 스캐너’는 국가보훈부 공훈전자사료관 등에서 공개된 독립유공자 관련 자료와 친일 관련 공개 자료 등을 활용해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로 소개되고 있다. 성씨와 본관이라는 검색 방식을 통해 흩어져 있던 역사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해당 사이트 자체가 정부기관의 공식 판정 시스템이거나 국가기관으로부터 친일 여부를 새롭게 확정받은 서비스라는 의미는 아니다. 검색 결과 역시 기존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구성된 정보이므로 개별 인물의 행적을 판단할 때는 원자료와 공식 기록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친일파 스캐너’의 확산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역사 기록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동시에 단순 검색 결과를 사실관계의 최종 판단으로 받아들이거나 특정 가문의 후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소비돼서는 안 된다는 과제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