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관 서면 제청 손봉기 김성수
- 조희대 대법관 서면 제청


조희대 대법원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오는 9월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각각 임명 제청했다. 노 전 대법관 후임 후보가 4명으로 압축된 지 약 7개월 만이다. 특히 이번 제청 과정에서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누는 기존 관행 대신 서면으로 제청이 이뤄지면서 대통령실과 여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앞서 손봉기 부장판사와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4명을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후보로 추천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후보가 압축된 이후에도 상당 기간 제청을 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대법원 사이의 인선 방향에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통령실이 김민기 판사를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대법원이 난색을 보였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후임 인선이 장기간 표류했다.


결국 조 대법원장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김민석 대표가 선출된 다음 날인 18일 손 부장판사를 제청했다.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는 김성수 부장판사를 함께 제청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제청 자체보다 제청 방식에 있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후보를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면 대통령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고,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표결을 거쳐 임명되는 절차를 밟는다.


대법원장은 대통령에게 대법관 후보를 제청하는 과정에서 사법부와 행정부 사이의 의견을 조율해 왔다. 통상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만나 대법관 인선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관행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별도의 대면 회동 없이 조 대법원장이 서면으로 제청했다. 대통령실과 사전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제청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여권이 강하게 반발하는 배경이 됐다.


여권에서는 7개월 가까이 후임 제청을 미룬 것도 문제인데,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의 조율 절차마저 생략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를 대통령의 인사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려는 행위로 규정하며 국회 임명동의안 부결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과 현 여권의 관계는 이미 상당한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당시 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서 민주당과 사법부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민주당은 당시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고, 이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사법부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계속됐다. 여기에 대법관 후임 인선까지 장기간 지연되면서 양측의 갈등이 더욱 증폭됐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 역시 전당대회 과정에서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임 제청 지연을 강하게 비판하며 직무 유기와 탄핵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조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부장판사는 대구지법에서 주로 재판 업무를 맡아온 지역 법관 출신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수도권 법원에서 근무해온 법관으로, 대법원은 두 후보를 통해 출신 지역과 법조 경력의 다양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재 대법관 구성에서 서울대 출신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한양대 출신인 김 부장판사를 제청한 점도 눈길을 끈다. 지역 법관 출신인 손 후보와 수도권·비서울대 출신인 김 후보를 함께 제청하면서 대법원의 구성 다양성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대법관 후보자는 대법원장의 제청 이후 대통령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고,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이번 서면 제청 논란은 향후 국회 인준 과정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 실제 임명동의안 부결에 나설 경우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정치권과 사법부의 갈등은 한층 격화될 수 있다. 여기에 검찰개혁 이후 사법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여권의 목소리까지 커지면서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도 확대될 전망이다.


결국 이번 사안은 단순한 대법관 인선을 넘어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 국회의 동의권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를 둘러싼 헌법기관 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대법관 인선 과정에서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협의가 어디까지 필요한지, 대법원장이 독립적으로 제청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향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