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홍 감독 별세
- 어우홍 감독 별세



한국 야구를 사상 처음으로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어우홍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9일 별세했다. 향년 95세.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아시아 국가 최초의 우승을 일궈낸 한국 야구의 원로이자 명장이다.



어 전 감독은 19일 오후 4시 49분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다. KBO는 한국 야구 발전에 헌신한 고인의 공로를 기려 KBO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발인은 21일 오전 5시 30분이며 장지는 용인평온의숲이다.



부산 출신인 어 전 감독은 동래중에서 투수로 야구를 시작했다. 제3회 전국지구대표 중등학교 야구쟁패전에서 우수선수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고, 이후 성균관대를 거쳐 조선전업과 남선전기 등 실업야구단에서 선수로 활약했다.



현역 은퇴 후에는 지도자로 변신해 아마야구와 실업야구에서 후배 양성에 힘썼다. 부산상고와 경남고, 한국전력, 동아대 등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며 한국 야구의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



어 전 감독의 지도 아래 성장한 선수 가운데에는 훗날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지도자와 야구인이 다수 포함됐다. 김응용, 강병철, 김용희 등을 비롯해 허구연 KBO 총재 역시 어 전 감독의 지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의 기량뿐 아니라 인성과 팀워크를 중시하는 지도 방식으로 후배들의 신뢰를 받았다.



어 전 감독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1982년이었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뒤 서울에서 열린 제27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해 김재박, 최동원, 한대화, 선동열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을 이끌었다.



한국 대표팀은 대회 결승에서 숙적 일본을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정상에 올랐다. 아시아 국가가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당시 한국이 처음이었다. 이 우승은 한국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으로 평가받았다. 어 전 감독은 공로를 인정받아 체육훈장 기린장을 받았으며 세계야구연맹 올해의 감독상도 수상했다.



세계 정상에 오른 뒤에는 프로야구에서도 지도력을 발휘했다. 1984년부터 1985년까지 MBC 청룡 감독을 맡았으며, 1988년부터 1989년까지는 롯데 자이언츠 사령탑을 지냈다. 프로야구 감독으로 통산 177승을 기록했다.



프로야구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야구계를 떠나지 않았다. 1991년에는 프로야구 은퇴선수 모임인 일구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고, KBO 총재 특별보좌역과 규칙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에도 KBO 원로 자문단에서 활동하며 한국 야구의 발전과 후배들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



KBO는 고인의 장례를 역대 세 번째 KBO장으로 치른다. 지난해 9월 별세한 이용일 전 KBO 총재 직무대행, 지난 15일 세상을 떠난 백인천 전 감독에 이어 세 번째다. 한국 야구가 걸어온 길의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했던 원로가 잇따라 세상을 떠나면서 야구계의 안타까움도 커지고 있다.



어 전 감독은 노년에도 야구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에는 야구장을 찾아 시구에 나서는 등 팬들과 만남을 이어갔다. 1982년 한국 야구를 세계 정상으로 이끌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어우홍 전 감독. 선수와 지도자, 야구계 원로로 평생 한국 야구 발전에 헌신했던 고인의 발자취는 후배 야구인들과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