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사퇴
- 김용범 청와대 사퇴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 사령탑 역할을 맡아온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격 사퇴했다. 최근 경제 부처 장관 교체에 이어 대통령실 정책실장까지 물러나면서 이재명 정부가 국정 운영과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인적 쇄신에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1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어제인 8월 31일 사의를 표명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뒤 약 1년 3개월 동안 경제·산업·재정 분야의 주요 정책을 총괄해왔다. 최근에는 부동산 정책과 세제 개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 등 굵직한 현안을 주도했다.



그러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도 불거졌다. 특히 부동산 시장 불안과 주가 변동성 확대를 둘러싸고 야권에서는 김 실장에게 정책적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사퇴 요구도 제기돼 왔다.



당초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 등 경제 부처 장관을 교체하면서도 김 실장을 유임한 것을 두고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경제팀 개각 직후 김 실장이 물러나면서 정부가 예상보다 폭넓은 쇄신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실장의 사퇴는 해외 주요 외신도 비중 있게 다뤘다. 블룸버그통신은 김 실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지지하고 AI 산업 성장에 따른 초과 세수를 활용한 ‘국민배당금’ 구상을 제시해왔으며, 최근 정부 지지율 하락 속에서 쇄신 차원으로 물러났다고 보도했다.



국민배당금 구상 역시 논쟁의 대상이었다. 김 실장은 AI와 반도체 산업의 성장으로 발생하는 부가 일부 기업과 자산 보유 계층에 집중될 경우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며 성장의 과실을 보다 폭넓게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혀왔다.



부동산 정책은 김 실장이 조율해온 대표적인 분야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제한과 대규모 주택 공급, 규제지역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과 전월세 문제를 둘러싼 국민 불만은 계속됐다.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주택의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방향의 세제 개편안 역시 시장의 반발을 불러왔다.



김 실장은 최근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며 과세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반도체와 AI 산업 호황으로 시중 유동성이 확대될 경우 자금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김 실장이 물러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가 38.9%로 집계되며 취임 후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했다.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퇴가 단순한 인사 교체를 넘어 정책 기조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 불안과 금융시장 정책 논란에 대한 책임론이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인적 쇄신만으로 민심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집값과 전월세, 가계의 주거 부담 등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 문제에 대해 정부가 어떤 후속 대책을 내놓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제 관료 출신으로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핵심 보직을 거친 김용범 전 실장은 금융·재정·거시경제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왔다. 1986년 제30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으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을 지냈다.



경제 부처 개각에 이어 대통령실 정책 사령탑까지 교체되면서 이재명 정부의 향후 경제정책 방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후임 정책실장 인선과 함께 부동산·세제·금융시장 정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정치권과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