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연 불구속 기소
- 지귀연 불구속 기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유흥주점 접대 의혹’을 받아온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주요 형사재판을 맡으며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던 지 부장판사가 직접 형사재판을 받게 되면서 법관의 청렴성과 공직 윤리를 둘러싼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공수처 수사3부는 4일 지 부장판사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에 따르면 지 부장판사는 2023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한 주점에서 변호사 2명과 술자리를 가졌으며, 이 과정에서 변호사 2명이 약 400만원 상당의 비용을 대신 결제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을 경우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수처는 해당 술자리와 관련해 지 부장판사에게 제공된 향응이 법에서 정한 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하고 기소에 이르렀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 5월 7일 공수처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당시 관련 의혹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당초 청탁금지법 위반뿐 아니라 뇌물수수 혐의도 함께 수사했다. 하지만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공수처는 당시 지 부장판사가 속했던 재판부에 해당 변호사들이 수임한 사건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접대와 직무 사이의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4년 9월 같은 주점에서 있었던 별도의 술자리 의혹 역시 불기소됐다. 공수처는 해당 모임에서 지 부장판사에게 제공된 향응이 100만원에 미치지 않았고 직무 관련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1974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공군 군법무관으로 복무한 뒤 법관으로 임용돼 주요 형사재판을 담당해왔다. 지 부장판사는 주요 형사사건을 맡으면서 법조계에서 이름을 알렸으며,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을 담당하면서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지귀연 부장판사의 이름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계기 가운데 하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왔으며,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현재 해당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간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형사재판은 모두 8건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6건은 법원에서 1심 이상의 판단이 내려졌으며, 대부분 실형이 선고됐다. 또 윤 전 대통령은 계엄 해제 이후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방해한 혐의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사건 외에도 여러 형사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평양 무인기 투입 의혹 사건에서는 1심에서 징역 30년이 선고돼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해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무인기 작전을 준비했다고 판단했다.



지 부장판사는 과거 윤 전 대통령 사건의 주요 판단을 담당하며 법률 해석과 판결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 한가운데 서기도 했다. 이제는 본인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게 됐다.



다만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 지 부장판사가 내린 재판상 판단과 이번 청탁금지법 사건은 별개의 사안인 만큼 각각 법적 기준에 따라 판단될 필요가 있다. 공수처는 수사 결과를 지 부장판사의 소속 기관에 통보했으며 향후 재판에서도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지 부장판사가 혐의를 부인해온 만큼 향후 법정에서는 실제 향응 수수 여부와 금액, 청탁금지법상 구성요건 충족 여부 등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직 법관이 변호사들로부터 고액의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만큼 이번 사건은 개인의 형사책임뿐 아니라 법관의 공직윤리와 사법부 신뢰 문제로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