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감독 작품 | 암살자들 허진호
- 허진호 감독 작품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이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방식으로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영화가 당시 공식 수사 결과와 다른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정치권과 일부 방송인들이 비판에 나섰고, 반대로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극영화인 만큼 창작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추적극입니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등이 출연했습니다.


영화는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기자와 형사의 시선을 통해 당시 사건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특히 공식적으로 알려진 범행 과정 외에도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며 관객에게 사건의 배후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실제 사건 당시 특별수사본부는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측의 지령을 받은 문세광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문세광은 이후 재판을 거쳐 1974년 12월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다만 사건 이후에도 문세광이 아닌 경호원의 총격 가능성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암살자(들)’은 이 같은 의혹을 영화적 상상력과 결합해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논란이 된 부분은 영화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와 관련해 박정희 전 대통령 측 또는 당시 권력이 사건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연상시키는 장면을 담았다는 점입니다. 국민의힘 인사들은 공식 수사와 재판을 거친 사건을 영화가 다른 시각으로 재구성하면서 관객에게 실제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구자근·강명구 의원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작사와 감독에게 영화에서 제기한 역사적 의혹의 근거와 사실관계를 공개하고 필요한 경우 사과와 정정 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유영하 의원 역시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비틀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사건의 배후처럼 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SNS를 통해 영화 내용을 비판하며 표현의 자유와 역사적 사실을 둘러싼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다만 영화가 사건의 배후를 하나의 역사적 사실로 확정했다기보다는 의혹과 가능성을 극적인 방식으로 제시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창작물의 표현 범위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학전문기자 출신 방송인 홍혜걸도 ‘암살자(들)’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홍혜걸은 지난 27일 SNS에 영화가 불편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고, 유족이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음모론적 설정으로 고인을 다루는 것이 적절한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또 정치적 성향에 따라 같은 수준의 허구를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주장도 내놨습니다.



이에 온라인에서도 영화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극영화에서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구분해 감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맞서고 있습니다.


이번 논란이 커지면서 허진호 감독의 과거 역사 소재 작품들도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2016년 개봉한 ‘덕혜옹주’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삶을 다룬 작품으로 실제 기록과 영화적 상상력이 결합된 팩션 영화였습니다. 당시에도 역사적 사실과 극적 각색의 범위를 놓고 논쟁이 있었습니다.


2019년 ‘천문: 하늘에 묻는다’ 역시 세종대왕과 장영실을 중심으로 역사적 기록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작품입니다. 허진호 감독은 과거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영화적 상상력을 통해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에 대해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암살자(들)’ 논란이 단순히 한 작품에 대한 평가를 넘어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어디까지 창작이 허용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확대되는 모습입니다.역사왜곡 논란과 별개로 ‘암살자(들)’은 흥행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암살자(들)’은 추석 연휴인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 동안 14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지난 26일에는 개봉 나흘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27일까지 누적 관객은 156만여 명을 기록했습니다.


흥행과 함께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허구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습니다. ‘암살자(들)’이 제기한 의혹을 어디까지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일 것인지, 창작물의 표현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 관객들의 해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