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암살자(들) 비판
- 국힘 암살자(들) 비판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이 영화로 다시 소환됐습니다. 허진호 감독의 신작 ‘암살자(들)’이 사건의 공식 결론뿐 아니라 그동안 제기돼 온 여러 의혹을 영화적 시선으로 풀어내면서 역사왜곡 논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와 형사를 중심으로 당시 상황을 다시 따라가며 공식적으로 알려진 내용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 측이나 당시 권력이 사건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논쟁의 중심에 섰습니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은 당시 특별수사본부의 수사와 재판을 거쳤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측의 지령을 받은 문세광이 광복절 연설 중이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진 것으로 결론 내려졌습니다.


문세광은 사건 이후 체포됐고 재판을 거쳐 같은 해 12월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사건을 둘러싼 다른 주장도 꾸준히 등장했습니다. 문세광의 총격이 아닌 경호원의 총격 가능성 등을 제기하는 의혹이 이어졌고, 사건의 진실을 둘러싼 논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암살자(들)’은 바로 이 지점을 영화의 소재로 삼았습니다. 공식 기록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사건에 남아 있는 의문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한 것입니다.


문제는 영화적 상상력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과 충돌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국민의힘 구자근·강명구 의원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 또는 당시 권력이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관객에게 연상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의원은 공식적인 수사와 재판을 통해 결론이 내려진 사건인 만큼 영화에서 제기한 의혹의 근거와 사실관계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또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유족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사과와 필요한 정정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영하 의원도 비판에 나섰습니다.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비틀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건의 배후였던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주진우 의원 등도 영화 내용을 둘러싼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은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됐습니다.


논쟁이 커지면서 허진호 감독의 과거 작품까지 다시 소환됐습니다. 2016년 개봉한 ‘덕혜옹주’는 실제 역사 속 인물을 중심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작품입니다. 당시에도 실제 기록에 존재하지 않는 독립운동과 망명 시도 등을 극적으로 구성하면서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허 감독은 당시 작품을 팩션이라고 설명하면서 역사적 인물을 영화로 다루는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과 극적 구성 사이의 고민이 있었다는 취지로 밝힌 바 있습니다.


2019년 ‘천문: 하늘에 묻는다’ 역시 세종대왕과 장영실이라는 실존 인물을 다루면서 기록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작품입니다. 당시 허 감독은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똑같이 만드는 것보다 연출자로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작업에 의미가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역사왜곡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영화 자체의 흥행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암살자(들)’은 지난 23일 개봉한 뒤 빠른 속도로 관객을 끌어모았습니다. 개봉 나흘 만인 26일 100만 관객을 넘어섰고, 27일까지 누적 관객은 156만여 명을 기록했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에도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며 관객들의 관심을 확인했습니다.


결국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은 한 편의 영화에 대한 평가를 넘어 역사적 사건을 영화로 재구성할 때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역사적 기록과 영화가 제시하는 의혹은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영화가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점 역시 이번 논란에서 함께 거론되고 있습니다. 흥행과 논쟁이 동시에 이어지는 가운데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표현에 대한 공방도 계속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