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자 보석 취소
- 한학자 보석 취소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법원이 정한 보석 조건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보석이 취소됐다. 지병 치료를 이유로 병보석을 허가받았지만, 지정된 주거지인 서울아산병원을 벗어나 경기도 가평에 있는 통일교 시설 천정궁을 오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법원이 보석 결정을 뒤집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재판장 김무신)는 2026년 11월 3일 한학자 총재에 대한 보석 취소를 결정했다. 아울러 보석 보증금으로 납입한 2억원도 몰취했다. 보석 취소 사유는 형사소송법 제102조 제2항 제2호와 제5호로,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거나 법원이 정한 보석 조건을 위반한 경우 보석을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이번 논란은 지난 2일 JTBC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한 총재가 치료를 받던 서울아산병원을 벗어나 경기도 가평에 있는 통일교 시설 천정궁을 반복적으로 방문했다는 내용이다. 마침 이날 한 총재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 공판이 진행됐고, 재판부는 관련 사실을 확인한 뒤 곧바로 보석 취소 심문을 열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한 총재가 거동이 불편하고 시력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병보석을 허가받았지만 하루 왕복 약 100㎞에 달하는 거리를 반복적으로 이동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천정궁 방문 과정에서 재판 관련자나 증인과 접촉했을 가능성도 제기하며 보석 취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 총재 측 변호인은 보석 결정문에 주거 제한은 명시돼 있었지만 외출 자체까지 제한되는 것으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통상적인 외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고려하면 사실상 방문할 수 있는 장소가 천정궁밖에 없어 낮 시간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 것이라는 설명도 내놨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석 허가 심문 당시 한 총재 측이 법원의 조건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주거지를 병원으로 제한한 취지도 분명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천정궁을 주거지로 원했던 만큼 외출이 가능하다고 해석했다는 설명에 당황스럽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10월 19일 한 총재의 보석 청구를 받아들였다. 당시 한 총재는 건강 문제로 치료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보석을 신청했고, 법원은 거주지를 서울아산병원으로 제한하는 조건으로 석방을 허가했다.
보석 조건에는 보증금 2억원의 현금 납입과 주거지 제한 등이 포함됐다. 의료진과 변호인, 거동을 돕는 사람 등 제한된 인원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말라는 조건도 명시됐다. 이는 재판 과정에서 증거인멸이나 관련자 접촉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한 총재가 지정된 병원을 벗어나 천정궁을 오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보석 유지가 어렵게 됐다. 결국 재판부는 심문 다음 날인 3일 보석을 취소하고 보증금 2억원까지 몰취했다. 보석 취소에 따라 한 총재는 다시 구속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됐다.



한학자 총재는 통일교의 정·관계 유착 의혹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주요 혐의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등과 공모해 2022년 1월 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교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권에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같은 해 7월에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 가방을 전달하고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도 받는다. 통일교 단체 자금 1억여원을 국민의힘 의원 등에게 소액으로 나눠 후원한 이른바 쪼개기 후원 혐의 역시 재판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중앙지법은 2026년 8월 31일 열린 1심에서 한 총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징역 1년, 청탁금지법 위반 등 나머지 혐의에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한 것이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징역 13년을 구형했던 것과 비교하면 낮은 형량이었다.


재판부는 통일교가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선을 교세 확장과 정치적 영향력 확보의 기회로 삼았으며, 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한 총재가 윤영호 전 본부장에게 책임을 돌리는 태도를 보인 점도 지적했다. 다만 범행 전반을 윤 전 본부장이 주도한 정황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



한학자 총재는 1943년 2월 10일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났다. 간호전문학교를 졸업했으며, 1960년 통일교 창시자인 문선명 총재와 결혼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14명의 자녀가 있다.
문선명 총재가 2012년 별세한 뒤에는 통일교의 제2대 총재로 조직을 이끌었다. 신도들 사이에서는 '참어머니'로 불리며 교단의 상징적인 지도자로 자리 잡았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은 문선명 총재가 1954년 서울에서 창설한 종교 단체다.



합동결혼식과 국제 선교 활동을 비롯해 언론, 교육, 기업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도 조직을 운영하며 국제적인 교세를 형성했다. 문선명 사후 교단의 지도권을 이어받은 한 총재는 대형 행사와 평화 사업 등을 앞세워 조직을 이끌었다.


그러나 교단 자금의 정치권 유입과 고위층을 대상으로 한 청탁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법적 책임을 둘러싼 논란에 휘말렸다. 이번 보석 취소는 건강상 이유로 석방됐던 한 총재가 법원이 정한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미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보석까지 취소되면서 향후 항소심 재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